▷ 책소개 명망 높은 초로의 작가 구스타프 폰 아셴바흐는 한평생 자신의 숨통을 조여 온 고된 창작에 시달리던 중 머리를 식히고자 무심히 도심을 배회한다. 바로 그 순간, 이국적인 행색의 낯선 인물을 맞닥뜨리게 되고 아셴바흐는 돌연 거친 불안과 충동에 사로잡힌다. 무엇을 예감했던가? 그는 그간의 일상을 뒤로하고, 오직 훌륭한 작가로서 살아온 고리타분한 삶을 등지고 죽음처럼 단 한 번뿐인 일탈을 감행한다. 그렇다면 이제 떠나야 한다, 예전의 모든 것들과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 아셴바흐는 우연 같은 필연의 노예가 되어 불길한 습기와 육욕을 충동질하는 태양과 까마득한 피안을 동경하게 하는 바다로 가득한 베네치아로 향한다. 처음 그는 베네치아의 속물적 분위기에 악취를 느끼지만 차츰 그 타락한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식사를 기다리며 한 폴란드인 가족을 유심히 관찰하던 아셴바흐는 타치오라는 아름다운 소년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아셴바흐는 소년이 완벽하게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곤 흠칫 놀랐다. 창백하면서도 우아하고, 내성적 면모가 엿보이는 얼굴은 연한 금발에 감싸여 있었다. 곧게 뻗은 코와 사랑스러운 입술, 우아하고 신성한 진지함이 깃든 그의 얼굴은 가장 고귀했던 시대의 그리스 조각품을 연상시켰다. 가장 완벽하게 형식미를 실현해 낸 모습이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아셴바흐는 타치오한테, 아니 미(美)의 현현인 신성한 존재에게 정신없이 빠져들고, 급기야 관심은 동경으로, 동경은 애정으로, 애정은 집착으로 검게 물들어 간다. 늙어 버린 스스로의 거죽을 혐오하며, 타치오라는 아름다움을 좇아 죽음으로 타오르는 베네치아의 미로를 방황하는 아셴바흐의 운명은 이제 어디로 향할 것인가.
▷ 목차 추천의 말(윤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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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안삼환)
▷ 저자소개 토마스 만Thomas Mann 1875년 북독일의 뤼베크에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의 사망으로 집안이 몰락한 탓에 보험 회사에서 근무하며 틈틈이 소설을 쓰기 시작하였다. 1897년 단편집 『키 작은 프리데만 씨』를 출간하였고, 1901년에는 스물다섯의 나이로 장편 소설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을 펴낸 뒤 큰 성공을 거두면서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이어 자전적 단편 소설 「토니오 크뢰거」와 「트리스탄」(1903)을 발표하면서 삶과 죽음, 시민과 예술가, 정신과 삶이라는 이원성을 거듭 대결시키는 동시에 양자의 조화를 모색하였다. 「베네치아에서 죽다」(1911)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한층 더 깊숙이 파고든 성과물이다. 이듬해 집필에 착수하여 완성에 이르기까지 십 년 이상의 시간을 들인 『마의 산』(1924)이 전 세계적으로 성공하면서 토마스 만은 ‘바이마르 공화국의 양심’으로 불렸고, 마침내 192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1933년부터 십여 년 동안 대작 『요셉과 그의 형제들』(1933~1943)을 집필하였고, 1947년에는 작가 스스로 큰 애착을 보인 걸작 『파우스트 박사』를 완성하였다. 토마스 만은 소설뿐만 아니라 평론 및 수필 등을 발표하며 왕성하게 창작 활동을 하다가 마지막 노벨레 『기만』(1953)을 남긴 뒤 1955년 8월 취리히에서 사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