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나이 마흔에 조용히 사건 하나를 저질렀다.”(9쪽) 《나는 캐나다의 한국인 응급구조사》는 한국의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저자가 캐나다의 응급구조사가 되며 마주한 가혹하고도 생명력 있는 삶에 관한 목격담이자, 살기 위해 떠난 낯선 땅에서 역설적으로 환자를 살리며 삶을 일으키는 법을 배우는 성장담이다.
마흔이 되던 해, 저자는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연고도 없는 낯선 캐나다 땅에 발을 내디딘다. 12년간 쌓아온 커리어와 한국에 마련해 둔 안정적인 생활을 모두 버리고, 사회가 정해준 길을 착실히 걷던 지난날의 자신과도 이별하고 말이다. 매일 억지로 하는 출근, 지나친 경쟁, 반복되는 일상에 깊은 삶의 회의를 느낀 저자는 내 방식대로 살아도 문제되지 않는 삶, 실패했더라도 패자부활전이 있는 삶을 꿈꾸며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하지만 연고도 없는 낯선 땅에서 편안하고 환상적인 삶이 바로 펼쳐질 리 만무했다. 스트립쇼 공연장, 은행 협력업체 사무실, 경기장 주류 판매소 등에 이력서를 들고 찾아가 최저시급 받는 일을 전전하며 매일 넘어지고 일어나길 반복한다. 그리고 나이 마흔셋, 이민 3년차에 캐나다 시골마을의 유일한 한국인 응급구조사가 된다.
응급구조사가 되어 마주한 삶의 풍경들은 하나같이 잔혹하고, 애처롭고, 안타까웠다. 하지만 어쩐지 그런 현장을 접할수록, 환자들의 얼굴을 마주할수록 저자는 복잡하게 꼬여 있던 자신의 삶을 풀어나갈 실마리를 발견하게 된다. 비록 총기와 마약 사고가 빈번하고, 의료 현장의 지원이나 응급 처치의 규칙에도 차이가 있을 캐나다의 구조 업무는 한국의 그것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고 동료와 관계 맺으며 자신과 싸워내는 저자의 경험은 결코 한국의 우리들에게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다. 직업과 국경과 상관없이, 자신의 삶 속에서 분투하고 주변 사람들을 살피며 죽음을 잘 맞이하고자 노력하는 그 일상들이 결코 한국의 그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은 먼 타지에서 낯선 일을 경험하는 한 인간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 오늘도 자기만의 현장에서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을 이들에게 건네는 가득한 응원이다.
▷ 목차 들어가는 글
1부. 현장에서|생의 가혹함과 맞닥뜨리다
내가 하는 일
파라메딕의 다이내믹한 하루
실수가 실력이 되기 위한 대가들
보잘것없는 우연이 죽음과 벌이는 경주
알릴 수 없는 소식
빛이 들지 않는 곳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죽음에 무뎌져 가다
2부. 출동을 기다리며|쓰러진 삶을 구조하기
출근길을 반대로 걷는 사람
소가 웃을 일
첫 규정 위반, 가끔은 비뚤어지기로 했다
LSD 그리고 김정은
크리스마스, 사랑하는 이들에게 상처받는 날
잠든 소 넘어뜨리기
내가 마주해야 하는 숲
도움이 필요하세요?
3부. 다시, 집으로|죽음이 침범할 수 없는 것들
나를 비춰주는 환자들
괜찮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간절하고 사소한
해로
할머니의 어장 관리
행복을 찾아서
죽음으로 가는 길을 에스코트하다
파라메딕은 왜 하게 됐어요?
나가는 글
▷ 저자소개 김준일캐나다 온타리오주 렌프루 카운티 소속 6년 차 파라메딕(응급구조사). 대학에서 회계를 전공하고 대기업에서 군사용 IT 솔루션의 해외사업개발 등에 몸담으며 12년간 사무직 회사원으로 일했다. 한국 사회가 정해준 길을 나름대로 성실히 걷던 어느 날, 문득 삶의 회의가 찾아왔다. 억지로 출근하는 날들이 반복되면서 내 방식대로 살아도 문제되지 않는 삶, 실패했더라도 패자부활전이 있는 삶을 찾아 안정적인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캐나다로 떠났다. 낯선 땅에 발을 내디딘 지 3년째, 나이 마흔셋에 캐나다 시골마을의 유일한 한국인 응급구조사가 되었다. 근무가 없을 때는 집에서 청소, 빨래, 요리를 하고 가끔 글을 쓴다. 반찬거리 사러 혼자 장보는 시간과 아내와 산책하는 시간을 제일 좋아한다.《나는 캐나다의 한국인 응급구조사》는 나를 살리러 떠난 낯선 땅에서, 환자들을 살리며 깨달은 것들에 관한 기록이다. 응급 의료 현장의 치열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그 장면 하나하나가 우리 삶의 순간순간과 닮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첫 저서인 이 책을 통해 비극이 침범할 수 없는 우리 삶의 가치에 대해 말하고 있다.